코로나 항원검사 음성 결과를 받고 행복하게 체크인 카운터에 줄을 섰다.

이 때 사람들이 줄 서있는 카운터는 내 비행기 편 뿐이었다. 승객들도 그렇게 많지 않아서 줄은 금방금방 줄어들었다.
역시 미국 입국이 빡세다보니 줄 서면서 직원분이 사전에 여러가지 질문을 하신다. 예를 들어 누가 수화물로 전달해달라고 하는 물건이 없었는지 등의 보안 관련 질문이다. 또한 개인정보와 미국에 머무는 숙소의 정보 등을 적으라고 종이도 나눠주신다.
티켓을 받고 출국 심사대로 간다. 코로나 시국이라 출국심사대도 한 곳 밖에 안 열려있었다. 또 출국 심사 또한 무인으로 이루어져서 짐검사 & 출국심사 이렇게 해서 5분도 안걸렸다. 레전드… 사람이 이렇게 없을 줄 몰랐지 보딩 시간까지 두시간도 더 남아있게 돼버렸다.
2시간이 넘게 남아서, 비행기 구경이나 실컷하고 가기로 했다. 2터미널은 대한항공, 델타항공 등 스카이팀 회원사들만 이용하기 때문에, 전부 대한항공이나 델타항공 밖에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라 행복했다.
탑승

내가 탈 좌석 48A. 원래 다른 자리였는데 보딩 기다리면서 확인해보니 앞, 뒤, 옆 모두 빈자리가 있어서 냅다 재지정했다. 탑승률은 한 50% 되려나? 군데군데 텅텅 빈곳이 보였다. 좌석은 깔끔했고, 베개와 담요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코노미 좌석임에도 꽤 큰 AVOD 화면이 있었다. ICN-SEA 노선 정보가 화면에 떠있고, 비행시간은 약 10시간 정도로 표시됐다.
기내식

이륙 후 얼마 뒤, 기내식을 준다. 치킨을 사랑하는 나는 무조건 치킨으로 시켰다. 희안하게도 물은 에비앙, 아이스크림은 하겐다즈다. 생각 외로 고급이어서 놀랐다. 공항에서 밥도 못 먹어서 비행기에서 다 털어 먹자는 생각으로 싹싹 긁어 먹었다.

식사 후 기내 모습. 옆자리에는 한국인 아줌마 아저씨들이 단체로 타신 듯 했다. 몇몇 분들이 눕기 시작했고, 나도 옆자리에 다리를 펴고 누웠다. 쭉 펴지는 못했지만, 앉아있는 자세보다는 훨씬 편했다.


기내 어메니티는 이어폰, 손 세정 티슈, 귀마개, 안대, 기내용 슬리퍼가 있었다.

사진만 보면 무슨 러시아 같지만, 일본 상공이다.

날짜 변경선으로 날아가면서 +한시간 씩 더해지다보니, 금새 해가 지며 노을이 진다.

39,000피트 상공에서 보는 아름다운 노을. 잠이 안 오길래, 승무원분한테 맥주랑 스낵좀 갖다 줄 수 있냐고 했더니 그냥 와서 원하는대로 다 가져가라고 하신다. 미국인은 인심이 후한 듯.
델타항공의 이 기종에는 놀랍게도 기내 와이파이가 된다. 물론 유료다. 한시간에 대략 만원정도. 심심하고 인스타도 올릴 겸 결제해봤다. Flightradar24로 본 비행기 위치는 러시아 상공을 지나고 있었다.

맥주도 마셨겠다, 밤도 샜겠다, 피곤한 나머지 4시간 정도 꿀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니 간식 같아 보이는 아침을 줬다. 맛은 그닥.

얼마 뒤, 착륙 하기 전 시애틀 땅이 보인다. 해가 뜨기도 전이다.
시애틀 공항 세컨더리 — 두번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다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에 도착, 비행기에서 내렸다. 이제 앞에 남은 관문은 미국 입국 심사. 특히나 시애틀 공항에서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사람은 많이 없었기에 금방 내 차례가 됐다. 개떨렸다.
입국 심사 질문은 모두 영어로 이루어 졌으며, 여러가지 많이 물어봤다.
- 왜 왔니? → 여행하러
- 어디가니? → 시애틀 포함해서 샌프란, 엘에이
- 혼자왔니? → 얍
- 무슨 일 해? → 난 학생이다
- 전에 미국 온 적 있어? → 어.. 8년 전쯤 왔었다.
등등 리턴티켓이랑 호텔 바우처 등등 요구하길래 싹 다, 빠짐없이 요구하는거 다 보여줬음. 호텔바우처, ESTA, 리턴 티켓, 백신접종 증명서, 미국 국내선 항공권 바우처, 여행자보험 싹 다 프린트해서 챙겨갔었다.
그렇게 대답도 막힘 없이 잘 했다고 생각했고, 웃기도 하길래 아 괜찮나보다 생각했는데…
“오케이!” 하고 따라오라는거.
그리고 진짜 무서웠던게 내가 차고 있던 애플워치, 휴대폰, 여권 전부 들고가서 옴짝달싹 못하게 해놓고 그렇게 세컨더리로 끌려갔다.
세컨더리 룸에는 동양인 여자, 남자, 흑인 여성, 백인 남자 등 여러 인종들이 있었고 분위기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아니 데려가려면 이유라도 좀 알려주든가…
거기서 두시간 좀 넘게 붙잡혀있었는데, 난생 처음 미국 땅에서 혼자 조사받는 생각하니까 막 숨쉬는게 불편할 정도로 공포스러웠다.
거기서 백인 남자 한명은 익숙한 듯 옆에 사람이랑 얘기도 하고 있고, 경찰한테 도시락 같은거도 얻어서 먹길래 여기서 짬 좀 찬듯했다. 근데 나한테도 와서 말걸더라. 심지어 나랑 동갑이고, 스웨덴에서 왔는데, 미국에 무슨 봉사같은거 하러 왔는데 ESTA로 와서 칼같이 입국거부 당하고 본국으로 귀국 기다리고 있었던 것.
ESTA는 알다시피 관광 목적으로만 허가 되기 때문에 그 외 목적으로 온 것을 들킬 경우에는 가차없이 입국 거부 혹은 심하면 입국 블랙리스트에도 등록된다고 한다.
그 친구랑 어설픈 영어로 열심히 대화하고 있었는데 경찰이 떨어져 앉으라고 했다. 그래도 나한테 말 걸어준 그 친구가 지금 생각하면 너무 고맙다. 덕분에 긴장도 풀리고 응원도 해줘서 심적으로 많이 도움받았음.
그리고 앞에 앉아있던 동양인 여자 또한 나보다 누나인 한국인이었는데, 그 분은 친구보러 놀러왔는데도 카톡 대화 내용이랑 계좌 잔고까지 탈탈 털리고 결국은 입국거부 당했다고 한다. 여러 후기를 읽어보니, 특히 동양인 여성과 직업이 없는 경우에 더 까다롭게 한다고 한다. 어이가 없다.
내 바로 앞에서 조사실로 들어간 한국인 여자 두 분은 두시간동안 나오지도 않더라.
그렇게 의자에 앉아있는데, 뭔가 친근하게 생긴 할아버지 직원이 나를 부르면서 옆에 의자에 앉으셨다. 그러고 앞에 입국심사 할 때 물었던 질문 그대로 다시 묻고, 내가 프린트 해서 간 (티켓, 호텔 등등) 종이들을 요구하길래 그거 가지고 가더니 몇 십분 뒤에, 나타나서 “OK, you can go” 라고 했다.
따지고 보면 뭐 내가 여기 범죄 저지르러 온 것도 아니고, 불법으로 온 것도 아닌데 그 말 한마디에 몸에 힘이 풀렸다.
그 할아버지는 컴퓨터 오류 때문에 붙잡아 놨다고 했다. 어이가 없네. 그리고 아까 그 분한테 군대가기 전에 여행 온거라고 했었는데, 마지막에 나한테 “Thank you for your service” 라고 하셨다. (미국인들이 군인한테 감사의 의미를 표하는 말)
미국인한테 그 말을 들으니까 뭔가 뿌듯하기도 했다. 여튼 땡큐땡큐 여러번 외치고 수화물 벨트 옆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내 캐리어를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공항에서 바로 유심을 등록하기위해서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엄마랑 전화했는데, 애가 도착시간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길래 걱정했는데, 우리 누나도 LA에서 세컨더리를 간 전적이 있어서 누나가 얘 세컨더리 간 것 같다고 했다.
밖으로 나와보니 해가 막 떠오르고 있는 아침이었다. 날씨도 한국 날씨랑 똑같이 추웠고 쌀쌀했다. 밖으로 나와 미국 풍경을 보니 세컨더리에서 고생했던 기억은 사라지고 앞으로 2주동안 즐겁게 여행 할 생각에 설렜다!
후기
총평: 델타항공 이코노미는 기본적인 서비스는 충실했다. 기내식은 평범했지만 에비앙 생수와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은 인상적이었다. 좌석 간격은 장거리 노선치고는 평범한 수준.
세컨더리 팁: 미국 입국 시 호텔 바우처, 리턴 티켓, ESTA, 여행자보험 등 모든 서류를 프린트해서 준비하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특히 학생이나 프리랜서 같이 직업이 불분명한 경우 더욱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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